신사업 검증,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하라
Vision AI 기술의 새로운 응용 시장을 찾아야 했을 때, 저는 소방·산업 안전 현장의 사고조사 프로세스를 타깃으로 스마트글래스 기반 AI 솔루션을 기획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약 300억 원 규모 시장의 진입 전략 도출과 공기업 대상 3차 PoC 시범사업까지 이어졌는데, 출발점은 시장 보고서가 아니라 현직 소방관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두 달의 리서치보다 한 시간의 인터뷰
책상에서 두 달간 리서치를 하면 시장 규모, 경쟁 구도, 기술 트렌드까지 그럴듯한 그림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 그림에는 결정적인 것이 빠져 있습니다 — 실제 사용자가 어느 지점에서, 왜 불편한지입니다. 현직 소방관과의 심층 인터뷰 한 시간은 사고조사 프로세스가 수기와 구두 전달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정확도와 속도 모두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문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해상도로 알려주었습니다.
Pain Point는 추측이 아니라 발견이다
기획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은 "이 기술로 이런 문제를 풀 수 있겠다"는 추측을 Pain Point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순서가 반대여야 합니다. 현장의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 조합을 나중에 맞추는 것입니다. 스마트글래스와 웨어러블, Vision AI라는 조합은 기술 카탈로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두 손이 자유로워야 하고 현장을 기록해야 한다"는 현장의 조건에서 역산된 결과였습니다.
User Flow는 현장의 언어로 쓴다
인터뷰에서 얻은 것을 User Flow로 옮길 때는 현장의 용어와 순서를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실제로 움직이는 순서 — 출동, 진입, 기록, 복귀, 보고 — 를 따라 흐름을 설계하면, 이후 솔루션 컨셉을 다시 현장에 제안했을 때 "이건 우리 얘기다"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저희는 이 방식으로 고객 니즈와 User Flow 검증을 마쳤고, 그 검증이 이후 진입 전략과 PoC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시장 규모는 검증 다음이다
TAM/SAM/SOM 추정과 경쟁사 분석은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장 검증으로 문제의 실체를 확인한 다음의 일입니다. 문제가 진짜라는 확신이 서고 나면 시장 규모 추정은 진입 전략을 정교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지만, 문제 검증 없이 만든 시장 추정은 아무리 정교해도 가설 위의 가설일 뿐입니다.
마치며
하드웨어가 결합된 신사업은 현장 인터뷰 없이 책상에서 풀리지 않습니다. 진짜 사용자가 한 시간 만에 알려주는 인사이트가 두 달간의 리서치를 이깁니다. 신사업 검증의 첫 일정은 보고서 작성이 아니라 현장 방문이어야 합니다.